방글라데시 에이스 직원

필리핀에서 직원을 쓰기 시작한건 몇년 안되었지만, 방글라데시에서는 오래전부터 직원을 썼었습니다.

그 계기가 된 사건이 사실 좀 창피하고 웃긴데, 제가 젊었을 때라 온라인 게임을 두세달 한 적이 있습니다.

실력은 없어도 현질을 해서 길마가 되었는데, 알고보니 길마가 할일이 많더군요. 직장인이 시간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래서 마침 똘똘한 멤버가 있어서 부길마를 시켰더니 아주 잘 하더라고요.

좀 지나서 정신 차리고 게임 접으면서 이 친구랑 말을 좀 해봤는데, 방글라데시 영국대학 분교에서 공인회계사 공부하는 학생이었습니다.

남들은 기초만 배우는 데도 몇달씩 걸리는 일을 가르치지 않아도 알아서 파악하고 잘 할수 있는 사람이 있기는 하더군요. 그래서 시간 아까운 게임은 접고 계속 같이 일하자고 했습니다. 변호사 보는 두꺼운 업무책을 보내줬더니 독학해서 다 배우더군요. 거기다 원래 자기 전공인 회계서류도 전문이고.

나중에 졸업하고나서 자격증을 따려면 제대로 된 회계회사에서 1년 인턴을 해야하는데, 그걸 하면서 파트타임도 같이 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 선택의 시간이 되었습니다. 결국 회계사 포기하고 저희 직원으로 십수년째 일하는 중입니다. 생각해보니 회계와 시빌엔지니어링 공부하는 필리핀 직원들도 1-2년 더 있으면 선택의 시간들이 오겠네요.

이친구는 업무능력이 저와 비슷합니다. 그런데 젊으니까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저보다 낫죠. 저는 이제 그렇게 집중해야 하는 일만 매일하면 머리가 퍼져요. 다만 너무 착해서 사람관리는 못합니다. 아마 다시 구하지는 못할 직원이라서, 임금수준이 필리핀 보다도 낮은 방글라데시에서 10만페소 이상 줍니다. 방글라데시에서 한 때 사무실도 차리고 여러명 고용했었는데, 코로나 때 다 정리하고 이제는 둘만 재택으로 일합니다. 나머지는 다들 몇달, 몇년씩 기회를 줬는데 끝까지 실망들을 시키더군요. 이제는 대안인 필리핀이 있어서 그쪽에서 더 고용해 볼 계획은 없습니다.

필리핀 직원들이 좋죠. 저나 대표나 애들이 다른 진로를 선택해서 회사도 필리핀 와이프가 언젠가 물려받을 듯 합니다.